뒤틀린 데이터
울산시립미술관 XR랩 3.9~8.15
주경란| 퓨즈아트프로젝트 디렉터, 전시 협력기획자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는 예술인 '뉴미디어아트:'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전개되 왔다. 새로운 과학기술 미디어를 결합한 예술의 양상들에 대해서도 예술적 매체의 확장보다는 사회-기술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도메니코 과란타가 언급하듯이, '뉴미디어아트는 매체 기반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예술적 장르나 미적 범주라기보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유입되는 특정한 '예술계'에서 생성, 논의, 비판, 평가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예술계는 다학제간 협업이라는 공동체적 실행을 통해 미래의 예술적 매체를 탐색한다.
미디어 평론가 히어트 로빙크는 <Zero Comments>에서 뉴미디어아트의 특성을 ”전환적 혼성예술 형태로서, 다학제간 미시적-실천들의 '클라우드'로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다"고 보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예술적 매체를 시험하고 탐색하는 어떤 공동체로 설명한다.
이러한 21세기형 새로운 협업 공동체를 목표로 삼아, 2020년 퓨즈아트프로젝트와 연세대학교 전파연구센터가 주축이 되어 뉴미디어를 다루는 예술가들과 최첨단 과학기술을 다루는 공학자들, 시각예술 이론가들로 구성된 장기간 예술과 과학기술 협업 프로젝트팀 '디지털 사일런스(DIgital Silence)'를 결성했다. <뒤틀린 데이터(Data Distorted)>는 지난 3년여 년간 '디지털 사일런스'의 세미나와 비공개 포럼을 통해 진행해온 융복합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뒤틀린 데이터>는 데이터를 입력하는과정에서 발생하는 누락, 변이, 오류 등으로 인해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더 최적화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디지털 사일런스:의 공학적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는 데이터 혹은 시스템에서 순기능과 역기능, 완전힘과 불완전힘으로 구분했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미우스의 띠처럼 뒤틀린 디지털 이먼에서 재구성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울산시립미술관의 협업과 후원으로 제작된 뉴미디어 예술가 및 공학자로 구성된 세 협업팀의
프로젝트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하여 8월 15일까지 XR랩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기계로부터>는 이승아 교수 연구팀(광학 이미징 시스템 랩)이 진행하던 무렌즈 카메라
연구가 계기가 되었다. 기존 방식의 렌즈가 아닌 노이즈 필터를 이용해 관찰 이미지를 얻어내는
무렌즈 카메라 방식이 적용된다. 여기에서 관찰된 이미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꼭되어 있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복원 된 이미지로 생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는 키네틱 노이즈 유리를 동해 변형되고, 카메라를 동해 관찰된 이미지는 다시 인공지능에 의해 해석되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배재혁은 지금까지 불안 요소로서 시스템에서 줄여왔던 노이즈를 새로운 도구로 사용하여, 이전 루미노 키네틱 작업에서 나아가 시스템 현상 너머의 기계로부터 확장된 해석방식을 탐색한다. 작가는 기계로부터 이미지를 생성, 변형하여 재해석함으로써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스템 자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풍경 이면의 세계>는 디지털 시스템에서 구현되는 인풋아웃풋 방향이 아닌
역방향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현재 환경문제의 원인이 되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인터랙티브 30 애니메이션 설치 및 프로젝션 작품이다. 지난 수년간 기후변화 데이터 예술 활동을 해온 한윤정 작가는 이 작업에서 김성륜 팀의 인버스 스타일 트랜스퍼를 이용해 플라스틱 자연 이미지 기반으로 새롭게 가공한 3D플라스틱 사물들로 가득 찬 풍경을 생성한다.
뒤틀린 디지덜 이면에서 펼쳐지는 상상 속 플라스틱 풍경의 네 가지의 세계는 풍성하고 밀도
있는 사운드 효과로 인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상승시킨다. 특히, 역방향 알고리즘 적용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에러를 허용하거나 데이터를 지우고 복잡도를 줄이면서 '디지털 사일런스'의 공학적 측면이 시도되었다. 또한, 햇빛에 비치는 사물의 뒷면에 나타나는 그림자처럼, 공학 분야에서
명되는 이원성을 인공지능에 적용하여 이면을 찾아가는 과정이 작품에 구현되도록 했다.
<얽힘 (Entanglement)>은 숲을 모티프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함께 연결되어 얽히는 다감각, 다차원의 몰입환경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이 작업은 채찬병 연구팀의 어텐션 메커니즘이 동기가 되어 생성형 AI 시각화를 적용하고, 숲으로 생장하는 절차적 모델링을
바탕으로 나무들 사이의 연결과 소통을 모사한 땅속의 균사, 박테리아, 곰팡이, 네트워크
동적시스템을 구현하였다. <얽힘>은 울산시립미술관 > XR랩 공간을 위한 비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으로, 복잡계로서의 자연에 접근하는동시에 작업 과정에서의 오류와 데이터 누락을
의도적으로 허용하여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하는 예술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계산 기반 기술을 통해 지연 속 미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얽힘의 '관계 맺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너머 세계와의 연결 방식에 대해 조명하고 기술 미디어로 구현된 인공자연에 대한 사색 혹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감각적 기회를 제안하고자 한다,
다학제간 실험적 협업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예술과 공학 분야 미술관과의 협업은 서로 다른 체계에 놓인 규정과 조항들을 끊임없이 조율하는 노력과 열정의 연속이었다. 협업 프로젝트의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탐구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구현물을 새로운 첨단기술을 과시하는 예술의 결과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예술적 실행에 미치는 영향과 그 변화 가능성을 탐구히고 이 새로운 예술계를 새롭게 정의할 사회적, 미학적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다른 분야, 기관들의 협업이란 각자의 언어체계와 틀을 느슨하게 하여 그 접하는 부분에 서로의
생각과 의견들을 모이게 하는 과정이다. 그 중접된 부분은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견들과 생각이 수렴되도록 비워두는 장소이다, 사일런스. 공백이어야 비로소 기표들이 부유하며 가능성이 생기는 자리이다. 디지덜 사일런스 협업은 불확실한 '공동체적 미시적 실행들'로 그
가능성을 찾아보려 한다. 어렵게 시작된 장기간 협업 연구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학계 및 연구 -문화재단, 비영리 및 영리 기관들의 관심과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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